일시: 2023.06.14 (수) 오후 4-6시
장소: 온라인 &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사무처
연세의대 명예교수 외과 손승국
2011년 4월, 의학한림원 제20회 의학용어 원탁토론회에서 소화기용어와 외과계 용어에 대한 지정토론을 한 적이 있다. 관련 용어의 대부분이 해부학 용어였다. 검토 결과, 우리말 고유어 용어와 한자용어가 일관성 없이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었으며, 고등학교로 가면서 한자어와 외래어 사용이 많아졌다. 또한 초•중•고등학교 간의 교육과정 간에 사용되는 용어가 서로 달라, 연속성이 부족하여 학생들에게 효과적인 의학용어 학습효과를 기대 할 수 없었고, 초·중·고등학교 교과서의 용어와 의사협회 의학용어와의 개선과 통일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꼈다.
이번 원탁토론회를 준비하면서, 참고할 교과서 선정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동안 국정(국가 발행) 형태로 단일 교과서만 써왔던, 초등 사회•수학•과학 과목이 2015년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2022년부터는 검정교과서로 전환되어, 여러 종의 민간 검정 교과서 가운데, 학교가 자유롭게 선택해 교육에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과거에, 2005년 박 등은 국내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사용되는 7가지 생물교과서의 용어를 해부학용어 및 생물학용어(생물과학협회) 와 비교하고 그 차이점을 보고하였다. 그 결과, 교과서 생물용어와 해부학용어가 일치하는 비율은 50.3+2.7%에 불과했으며,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분야는 생식계통의 용어였다. 해부학용어인 고환, 난포, 부고환, 자궁관, 자궁관술, 정관이 생물교과서에는 각각 정소, 여포, 부정소, 수란관, 나팔관, 수정관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고등학교 교과서의 생물용어와 해부학용어가 큰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되었고, 용어들 간의 개선 및 통일을 위해서는 관련 단체들의 협조와 공동작업이 필요하다고 발표하였다.
박(2021년)도 “우리나라 초등학교 고유어 수학 용어의 변천에 대한 연구” 논문을 발표하였다. 내용은 1946년경에 초등학교 수학에서 적지 않은 수의 고유어 용어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20년도 지나지 않아 반 정도가 다시 한자어 수학 용어로 환원되었다. 지금도 굳건히 통용되는 “덧셈”, “반올림”, “뺄셈”, “지름” 등도 그 당시에는 비판의 대상이었다. 고유어 용어가 굳건히 정착한 이유로, 교과서에서 사용하지 않는 고유어 용어는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없다고 하였다. 아울러 고유어 용어의 실패 원인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고, 고유어 용어를 만들려는 시도와 논의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였다. 참고할 만한 논문이다.
임현구 한성과학고 연구부장
교육과정은 학생들의 발달과정과 궤를 같이 합니다. 그래서 초등학교에서는 눈으로 보이는 현상, 구조 중심의 교육과정이 짜여집니다. 중학교에서는 생리학과 유전 개념을 일부 학습하고, 고등학교에서 생명현상을 대사, 분자 수준으로 학습합니다. 생명과학은 말 때문에 어려운 학문입니다. 특히 중학교 때가 그런데, 한 시간 안에 새로운 단어(새로운 개념)가 많아 암기과목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교육과정에서 한자를 배우지 않으나, 여전히 과학의 개념어는 한자로 된 단어가 많습니다. 그래서 학년이 낮을수록 한글로 풀어쓴 개념어를 배우고 학년이 높아질수록 한자어로 된 단어의 비율이 높아집니다.
학생들이 한문을 배우지 않아서 한글로 바뀌는 단어들이 있는데 이 둘 사이의 경계가 저는 좀 어렵습니다. 허파와 폐는 정착된 것으로는 2015 편수자료에도 폐와 폐포, 동의어로 허파와 허파꽈리를 쓰고 있습니다. 횡격막에 대해서 B 교과서에서는 횡격막을, C 교과서에서는 횡격막(가로막)을 사용합니다. 저는 수업할 때 횡격막이 설명하기가 좀 좋습니다. 그래서 가로막이라는 용어를 써도, 횡격막을 재차 설명합니다. 한글화되는 단어와 기존의 단어간에 어떤 선을 그어야 할지 좀 어려운 문제입니다. 참고로, 2015 편수자료에는 가로막(횡격막), 갈비뼈(늑골), 갈비사이근(늑간근)으로 되어 있습니다. 2022 편수자료에서는 횡격막은 없어졌습니다. 앞으로 나올 교과서에서는 횡격막이 사라지게 되겠지요.
발제자님이 말씀하신대로 의도된 생략은 개념어를 더욱 어렵게 합니다. 최대한 괄호를 사용하는 말이 줄어들면 좋겠습니다. 동의어인 중뇌와 중간뇌는 헷갈립니다. 중뇌와 중간뇌가 같다는 말은, 개념을 아는 사람에게는 어렵지 않지만 입문자에게는 어렵습니다.
의사소통의 매개체로서 말을 통일하고 공용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변화가 반영되는 것이 첫째로 교과서 편수자료라고 생각합니다. 단어, 띄어쓰기까지 편수자료를 기준으로 교과서를 집필하게 됩니다. 따라서 편수자료 편성할 때 전문가로 들어가셔서 의견을 나누어주시는 것도 교육계와 의학계의 사용용어를 일치화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할 것 같습니다. 다른 방향으로는, 이와 관련한 교사연수를 운영하는 것은 어떨지 제안합니다.
심현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
“교과용도서 개발을 위한 편수자료”는 제목 그대로 새로운 교육과정이 개발되고 해당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를 집필하는 데 쓰이게 될 용어들의 정확성과 일관성을 위한 안내서 역할을 담당한다. 본 토론문은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용도서 개발을 위한 편수자료(이하 2022년 편수자료)” 중 생명과학 용어 총 2,674개를 바탕으로 작성하였다. 편수자료 개발 과정에서 용어를 수정ㆍ보완하는 가장 중요한 원칙은 아마도 “현재 사용하는 용어를 중심으로 배열한다.”는 항목일 것이다.
2022년 편수자료에서 소장, 대장, 직장이 각각 큰창자, 작은창자, 곧은창자로 통일되었고, 늑막, 폐포, 횡격막은 각각 가슴막, 허파꽈리, 가로막으로 변경되었다. 이러한 예시들로부터 수정ㆍ보완의 방향이 기존에 병기하고 있던 용어들을 하나로 정리하고,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용어를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몇 가지 생각해볼 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먼저, 용어를 통일하거나 변경함에 있어서 해당 용어로부터 파생되거나 관련성을 갖는 용어들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2022년 편수자료에서 기관, 기관지를 병기하고 있었던 숨관, 숨관가지라는 용어로 통일하였다. 이 과정에서 “세기관지”는 변경되지 않고 유지되었다. 두 번째로, 다양하게 표기되는 용어 중 한 가지를 선택할 때 어떠한 것이 학생들에게 더 적합할지에 대해서도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2022년 편수자료에서 뇌의 구조와 관련하여 전두엽, 두정엽, 후두엽이 각각 이마엽, 마루엽, 뒤통수엽으로 통일되었고, 간뇌, 연수는 사이뇌, 숨골로 변경되었다. 세 번째로, 의학 계열에서 대체되지 않은 용어를 변경하는 데 있어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발표문을 살펴보면 췌장, 담낭, 기관 등은 2022년 편수자료와는 다르게 의학 용어에서 이자, 쓸개, 숨관 등으로 대체되지 않았다. 이러한 사례들은 여러 분야에서“현재 사용하고 있는 용어”가 일관되지 않고, 그렇다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용어”가 어느 분야를 기준으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남기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헤모글로빈과 같이 외래어를 한글로 표기하는 용어들의 선택 기준을 무엇으로 할지에 대해서 논의가 필요하다. 2022년 편수자료에서 네프론과 콩팥단위, 콜로니와 군체, 아교질과 콜라젠이 모두 제시되고 있다. 헤모글로빈은 이미 2015년 편수자료부터 하나로 통일된 반면, 이러한 용어들은 아직 통일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먼저, 편수자료는 교육과정이 새롭게 개발되는 시기에만 수정ㆍ보완 작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지속적인 수정이 이루어지기가 어렵다. 또한 교육과정 개정 작업과 함께 진행되기 때문에 긴 호흡으로 용어를 검토하고 점검하면서 수정ㆍ보완 작업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 결과적으로 편수자료의 수정ㆍ보완 과정을 개선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아마도 지속적, 정기적으로 용어의 수정 방향에 대해서 논의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드는 데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편수자료의 수정ㆍ보완을 위한 논의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의 확대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교육과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