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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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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우리 국민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강건욱
서울의대 핵의학교실 교수
대한핵의학회 회장
강건욱

지난 8월 24일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에서 발생한 오염수의 핵종 농도를 낮게 처리한 처리수를 태평양 바다로 방류하기 시작했다. 이는 주변국 및 환경단체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원전에서 발생한 오염수는 2013년 설치된 다핵종제거설비(ALPS)에 내재된 필터를 통과하며 유해 핵종이 걸러지면서 재처리된다. ALPS에 의하여 재처리된 오염수의 요오드, 세슘, 스트론튬, 플루토늄 등 대부분의 핵종 농도는 기준치 이하로 감소하지만, 삼중수소는 걸러지지 않아 바닷물로 희석하여 방류하고 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ALPS로 필터링된 처리수의 삼중수소 농도는 리터 당 600,000베크렐(Bq)로 일본 삼중수소 방류 기준치 농도인 리터 당 60,000Bq의 10배를 초과한다. 따라서 사고원전을 담당하고 있는 도쿄전력은 처리수를 바닷물로 희석시켜 리터 당 1,500Bq로 낮추어 후쿠시마 앞바다에 배출하고 있다고 한다. 바닷물에 방류된 처리수는 바닷물에 희석되어 방류지점에서 수 km 떨어진 곳에서는 원래 바닷물 삼중수소 농도와 차이가 없게된다.

일반인들이 걱정하는 이유는 깨끗한 바닷물에 삼중수소가 포함된 오염수를 갖다 버린다는 것인데 사실 바닷물에는 이미 삼중수소가 꽤 들어있다. 지구에는 매년 5~7경 베크렐의 삼중수소가 자연에서 만들어진다. 태양에서 나오는 강한 에너지의 입자들이 성층권에서 공기 분자와 만나 삼중수소가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고 이는 대부분 비로 내리고 강물에 흘러들어 바닷물까지 도달하기 때문이다. 한강, 낙동강 등 강물에는 리터 당 1~2Bq의 삼중수소가 들어있다. 강물의 삼중수소는 바다에서 바닷물에 희석되어 우리나라 연해에 바닷물에는 강물의 10분의 1 농도인 리터 당 0.1~0.2Bq의 삼중수소가 들어 있다. 서울 시민의 소변에서 삼중수소를 측정하면 리터 당 1~2Bq이 나오는데 이는 강물의 농도와 비슷하다. 삼중수소는 우리 몸에 물 형태로 들어오고 몸에 남지 않고 소변으로 배설되기 때문에 늘 이 정도 농도의 삼중수소를 섭취하기 때문이다. 성인 기준으로 우리 몸에 들어있는 삼중수소의 양은 40Bq 정도이며, 이로 인한 인체 영향은 연간 0.00001밀리시버트(mSv)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자연방사선 피폭량은 5.3mSv인데 음식섭취로 0.5mSv, 땅으로부터 0.9mSv, 우주로부터 0.3mSv, 라돈가스흡입을 통해 3.6mSv를 받는다. 그 중 음식물에 포함된 삼중수소에 의한 피폭은 전체의 50만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혹자는 인공 방사능의 위험성에 대하여 우려를 표한다. 일부는 정당한 우려의 표명이다. 인체는 생물학적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일본에서 오는 인공 방사능은 위험하고 태양에서 유래한 자연 방사능에 대해서는 안전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그러나 방사능물질이 같다면 방사능물질의 기원은 중요하지 않고 양이 중요하다. 일본이 방류하려는 삼중수소의 양은 매년 22조Bq 규모로 자연에서 계속 발생하는 양의 약 2,500분의 1이다. 상하이 인근에 있는 정상 가동 원자로가 2002년부터 매년 222조Bq의 삼중수소를 서해 바다에 방출하고 있는 점을 상기해 보면, 이번에 방류 예정인 연간 22조Bq의 삼중수소는 연간 중국 삼중수소 배출량의 10분의 1수준이다. 1960년대 미국, 소련이 수천 발의 핵실험을 했을 때는 전 세계 삼중수소의 양이 지금보다 1,000배가 높아 지구에 사는 사람 1인당 연간 0.01mSv까지 피폭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삼중수소는 약한 베타선을 방출하여 같은 농도의 자연방사선 칼륨-40에 비해 인체에 300분의 1의 영향을 줄 뿐이다. 우리 몸에는 음식 섭취로 인한 칼륨-40이 성인기준 4,000Bq이 있으니 지금보다 체내에 있는 삼중수소가 1,000배가 높았던 핵실험의 시대에도 그 영향은 미미하였다.

올해 2월 16일 제주도에서 열린 한국방재학회에서 발표된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공동으로 연구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방류에 의한 해양확산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일본에서 방출한 삼중수소는 쿠로시오 해류에 의해 강하게 북쪽으로 밀려 6~10년간 알래스카와 미국 서해안을 거쳐 태평양을 한 바퀴 돌아 희석되어 우리나라로 다시 올 때 삼중수소 농도는 리터당 0.1~0.2Bq (자연생태 바닷물의 삼중수소 농도)의 10만분의 1 수준, 즉 100만분의 1Bq이되어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낮아진다고 한다. 100만분의 1Bq의 삼중수소가 우리 해역에 왔을 때 우리 국민이 추가로 받는 방사선 피폭량은 생선을 섭취하고, 해수욕을 하면서 바닷물을 삼키는 것을 가정할 때 6250억분의 1mSv이다. 간단히 말해, 한 사람이 원자력안전법 상 연간 상한치인 1mSv의 피폭량을 받으려면 6250억년 동안 살아야 한다.

후쿠시마로부터 방사능 방출은 초유의 일이 아니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나고 2013년 3월 ALPS가 가동될 때까지 후쿠시마 앞바다로 원전오염수는 무방비로 쏟아져 나왔다. 그 양은 앞으로 30년간 일본이 정화하여 방류하겠다는 방사능 양의 1,000배였다. 이는 태평양으로 흘러들어가 떠돌다가 그 중 1조분의 1은 수년전부터 우리 해역으로 왔을 수도 있다. 즉 태평양의 오염은 지금부터가 아니라 이미 일어난 과거일이다. 우리나라는 1994년부터 우리 해역 즉, 동해, 남해, 서해에서 표층수, 심층수, 어패류, 해조류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매년 해 오고 있다. 삼중수소, 세슘, 스트론튬, 플루토늄 등 핵물질에서 나오는 주요 방사능을 검사하고 그 결과를 보고서로 만들어 해수부와 원자력안전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왜 후쿠시마 사고 17년 이전부터 이런 검사를 해 왔을까? 구소련이 동해에 핵물질을 몰래 폐기했다는 사실이 1993년 발각되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1966년부터 30년 가까이 몰래 폐기했던 것이다. 이 자료를 자세히 살펴보면 지난 30년간의 우리 해역과 해산물의 방사능 추이를 알 수 있다. 세슘과 같이 반감기가 30년이 되는 것으로 그 사이 반 정도로 줄어들음 알 수 있고 플루토늄은 반감기가 24,000년이라 별 차이가 없다. 물론 바닷물 1리터당 세슘은 1,000분의 1Bq, 플루토늄은 10만분의 1Bq 정도로 매우 낮다. 이들 인공방사능 물질은 1950~90년대 미국 소련 등이 실시한 핵실험에서 나온 방사능 물질로 전세계에 퍼졌다.

IAEA는 일본 정부 요청으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을 검토하고 ALPS로 처리된 오염수가 저장된 탱크의 시료를 IAEA 외에 우리나라, 미국, 스위스, 프랑스에서 교차 분석하여 도쿄전력이 분석한 핵종 농도와 차이가 없음을 올 6월 중간 보고서로 발표하였다. IAEA는 올 7월 최종 보고서를 발표하였는데 이 농도를 기준으로 계획 방류하였을 때 후쿠시마 원전 3 km 떨어진 일반인 출입 구역에 거주하는 일본 주민이 추가로 받는 피폭은 그 앞바다에서 어업을 하고 잡은 생선을 섭취하며 해수욕을 하는 것을 가정하여 계산한 것은 연간 0.00003mSv이다. 이는 자연방사능 피폭에 비해 1만분의 1 수준으로 무시할 수 있다.

요약하면 삼중수소를 포함하여 지구상에 아직까지도 가장 많이 남아 있는 방사능 물질은 과거 핵실험에 의한 것이며 전 지구상에 퍼지고 희석되어 측정은 되지만 인체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 후 2년간 무방비로 방츨되고 방류된 방사능은 핵실험의 수십분의 1 수준이며 앞으로 계획 방류하는 방사능은 그 보다도 1,000배 이하이다. 오염 처리수를 방류하더라도 우리 해역에서 잡히는 수산물은 우리가 매일 섭취하는 물보다 10분의 1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일본이 방사능 오염된 처리수를 방류하는 것은 괘씸하지만 이로 인한 공포는 더 큰 문제가 된다. 과학적으로 수산물 섭취를 통한 삼중수소 인체 유입은 직접적인 액체 섭취보다 상대적으로 적다. 따라서 공포로 인한 국내 수산물의 기피 현상은 국내 수산업의 피해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해로울 수 있다. 일례로 후쿠시마 사고 후 해양오염에 대한 공포로 인해 국산 수산물 기피현상이 나타나 학교 급식에서도 생선을 장기간 배제하여 어린이들의 건강을 해치는 일이 있었다. 더구나 건강에 좋은 해산물을 피하고 육류를 섭취하면 대장암 등 암 발생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 우리 국민은 과도한 공포는 안전이 아니라 암 발생 증가 등 위험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알고 현명한 대처를 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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